::디자이너는 예술가인가 발명가인가?

::디자이너는 예술가인가 발명가인가?

 

개요:

디자이너는 상품에 미를 심고 그 미는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예술가와 발명가와 비교되어 회자되나, 사실 디자이너와 예술가, 발명가 사이에는 서로 상반되는 부분이 더 커 결코 디자이너를 예술가와 발명가로 부를 수는 없다.

 

디자인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일어난 산업혁명이 계기였다. 대량생산과 싼 가격으로 공급되던 당시 상품들은 점차 자기 색깔을 잃어갔으며 판매율 또한 저조해져 갔다. 그래서 판매자는 더 예쁘게 꾸미게 되었고 판매율은 높아졌다. 이것이 디자인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런 점을 볼 때 디자이너는 예술가와 비슷하지 않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예술은 다분히 예술가 개인의 주관적인 미를 표현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현실에서 타협점을 찾아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게 생각하게 하는 객관적인 미를 추구하는 행위이다. 이 둘 사이에는 미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그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추구하는 미가 다르다는 점은 디자이너를 예술가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아닐까 한다

또한 디자이너는 상품에 미를 불어넣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예술가의 작품을 상품이라고 하지 않는다. 아마 그랬다면 예술가들은 붓을 꺾을 것이며, 망치와 정을 용광로 속으로 쳐 넣을 것이다. 그건 자신들의 자존심과 추구하는 미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이 빚은 미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유행을 창조하며, 또 많은 사람들이 쓰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만약 자신들이 만든 미가 박물관 유리상자 속에 고이 모셔서 여유가 되는 사람들만 찾아가 볼 수 있다고 한다면 그들도 역시 실망하고 좌절하지 않을까?

디자이너와 예술가는 본질적으로 미를 표출한다는 점은 같다고 할 수 있으나 대상과 주체가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에 둘을 동일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발명가는 (그때까지 없던 기술이나 물건 따위를) 새로 생각해내거나 만들어 내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칭한다(동아 새국어사전에서 발췌). 에디슨이 전구를 만들고,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들었다. 이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발명가들 중 일부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발명품을 지금 본다면 투박하다. 어떤 사람들은 고전미가 넘쳐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20세기 모더니즘 예술가들이 외치던 "형태는 기능에 기인한다"라는 주장을 빌어본다면 그들의 발명품은 훌륭한 디자인에 속한다. 하지만 현대 관점에서 생각하면 기능에 충실한 형태는 디자인 이전의 형태 즉 소위 말하는 프로토타입(prototype)이다. 여기에 디자인을 가미해 시장에 내놓아야 팔리는 물건, 상품이 된다. 그렇다면 디자이너 역시 새로 생각하거나 만들어내는 전문집단이라는 면에서 생각한다면 디자이너도 발명가의 범주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기능에 기초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발명가들과는 반대 기질을 가진 집단이다. 형태만을 생각해 창출한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감수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으로서 수명은 짧아지게 된다.

디자인을 하기 위해선 기능적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발명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가위에 병따개를 붙이고, 셔츠 앞에 주머니를 붙인다는 발명은 디자이너들도 충분히 생각해 낼만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진 발명품을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낸다면 효율성은 떨어지고 만다. 디자이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안에 결과물을 창출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발명을 위해 복잡한 삼각함수와 씨름을 하고 그 데이터를 기초로 또 디자인을 해야 한다면 시간적, 정신적 낭비는 상당할 것이다. 결국 시간에 쫓겨 둘 중 하나에 만족하는 결과물을 내지 못할 것이고, 시간을 충분히 들인다면 클라이언트는 초조해하며 언젠간 떨어져나갈지도 모른다. 결국 디자이너가 발명을 한다는 것은 무리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디자이너는 상품의 형태를 빚어내고, 그 형태는 기능을 합리적으로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예술가와 발명가로 분류될 수 없다.